창경궁이 한때 ‘동물원’이었다?

서울 도심 한가운데, 고궁의 고즈넉한 풍경으로 유명한 창경궁. 하지만 놀랍게도 이곳은 한때 ‘창경원(昌慶苑)’이라는 동물원과 식물원이었습니다. ‘조선의 궁궐이 왜 동물원이 됐을까?’ — 이 이야기는 단순한 흥밋거리가 아니라, 일제강점기의 문화 왜곡과 굴욕의 역사를 담고 있습니다.

왕의 궁궐이었던 창경궁

창경궁은 성종이 세 명의 대비(소혜·정희·인수)를 모시기 위해 1483년에 지은 조선의 대표 궁궐 중 하나입니다. 한때 왕과 신하가 정사를 논하고, 왕족들이 생활하던 공간이었죠.

 

1909년, 궁궐이 ‘창경원’으로 바뀌다

1909년, 대한제국의 황제가 강제로 물러나고 일제의 통치가 본격화되던 시기였습니다. 이때 일본은 창경궁을 ‘백성들이 즐기는 공원’으로 만든다며, 궁 안에 동물원·식물원·박물관을 세우고 이름을 창경원(昌慶苑)으로 바꿉니다.

“조선의 왕궁은 왕이 아닌 백성이 즐기는 유원지로 바꾸자.” — 일제가 내세운 명분

하지만 그 이면에는 조선 왕실의 권위를 철저히 무너뜨리려는 의도가 숨어 있었습니다. 왕이 살던 궁궐을 ‘놀이공원’으로 만들어 민족의 정체성과 자존심을 희화화한 것이죠.

 

사람들은 그때 어떻게 생각했을까?

그 당시 신문 기록을 보면, 일부 조선인들은 “백성이 궁궐에 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에 신기해했습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왕이 살던 곳에 원숭이와 사자가 있는 풍경을 보고 깊은 상실감을 느꼈다고 전합니다. 궁궐의 기와지붕 아래에 우리(檻)가 세워지고, 동물의 울음소리가 들리던 그 시절 — 창경궁은 더 이상 궁궐이 아니었습니다.

 

해방 이후에도 ‘창경원’으로 불리던 시절

1945년 해방 이후에도 창경궁은 오랫동안 ‘창경원’이라는 이름으로 불렸습니다. 서울 시민에게는 ‘데이트 명소’, ‘소풍 장소’로 인식되었죠. 그만큼 궁궐의 본래 의미가 왜곡된 채 오랜 세월 동안 잊혀졌던 것입니다.

 

궁궐의 이름을 되찾다

1983년, 정부는 창경궁을 복원하고 ‘창경원’이라는 이름을 다시 ‘창경궁’으로 변경했습니다. 동물들은 서울대공원으로 옮겨졌고, 창경궁은 비로소 왕의 궁궐로서의 품격을 되찾게 되었습니다.

 

단순한 해프닝이 아닌 역사적 상징

창경궁이 동물원이었던 역사는 단순히 기이한 과거가 아닙니다. 그것은 정체성을 빼앗긴 시대의 상징이자, 우리가 다시금 기억해야 할 역사입니다. 지금 창경궁을 거닐다 보면 고요함 속에 여전히 그 시절의 상처가 남아 있는 듯 느껴집니다.

 

결론

“왕이 살던 궁궐이 동물원이 된 나라.” 이 믿기 어려운 이야기는 우리의 근대사가 얼마나 왜곡되고 모욕받았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러나 동시에, 창경궁이 다시 본래의 이름을 되찾은 것은 기억하고 바로잡으려는 노력의 결실이기도 합니다.

 

남이섬, 친일파 사유지 일까?

남이섬, 친일파 사유지 일까?